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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의 시-유품

설정(일산) 2009. 10. 7. 18:58

   유 품

 

   권 달 웅

 

새해 아침은 은행에 다니는 손부가

할아버지께 세배를 올리고

하얀 봉투 하나를 드렸다.

 

미수에도 일하셨던 아버지는

그 해 여름 비 오는 날

아무 유언도 남기지않으시고

홀연히 운명하셨다.

 

삼우제를 지내고 나서

유품 정리를 하는데

사랑방 문갑서랍에서

하얀 봉투 하나가 나왔다.

 

하얀 봉투 속에는

은행에서 바로 나온 빳빳한 새 돈

이십만원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손부가 준 돈이

너무 사랑스럽고 소중해

한 장도 쓰지 않고 봉토 채 고스란히

신위처럼 남겨놓고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