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품
권 달 웅
새해 아침은 은행에 다니는 손부가
할아버지께 세배를 올리고
하얀 봉투 하나를 드렸다.
미수에도 일하셨던 아버지는
그 해 여름 비 오는 날
아무 유언도 남기지않으시고
홀연히 운명하셨다.
삼우제를 지내고 나서
유품 정리를 하는데
사랑방 문갑서랍에서
하얀 봉투 하나가 나왔다.
하얀 봉투 속에는
은행에서 바로 나온 빳빳한 새 돈
이십만원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손부가 준 돈이
너무 사랑스럽고 소중해
한 장도 쓰지 않고 봉토 채 고스란히
신위처럼 남겨놓고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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