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3 호박넝쿨 그 허세虛勢
작은 한 구석에 봄을 심어 올린 울타리
파도처럼 출렁이던 호박넝쿨 그 위세를
지켜본 많은 풀들이 부럽게 생각했지
어느 날 심술궂은 아이들이 다가와서
슬그머니 그 뿌리를 뽑아 버리고 나니
그렇게 힘없는 풀이라는 걸, 그제사 알았지요
자기의 근본 뿌리가 힘없이 뽑힐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한 한 여름 어두운 밤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허망한 꿈이었다
(시조세계 2011 가을호)
11-84 풀도 꽃을 피우는데
길을 가다 작고 고운 풀꽃을 만났지요
흙에 잠시 발을 묻고 사는 풀도 꽃을 피우는데
나는 왜 저 풀꽃처럼 꽃 피울 수 없는 걸까
(시조세계 201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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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5 세월 그리고 감가상각減價償却
감가상각減價償却 넘긴 식탁을 버리게 되었다
튼튼하던 그 다리도 흔들려 부러져 나가
한 몸을 지탱할 힘도 빠져나가 없었다
(시조세계 201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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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 미안한 일
밭에서 자란 부추를 집에 옮겨 심었더니
따듯한 햇볕 아래 잘도 자라는 잎
이파리 싹둑 잘라낼 때면 미안키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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