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산문

꽃지해수욕장에서의 여름캠프(한국시문화회관) 2009. 8월 9-11일

설정(일산) 2009. 8. 14. 14:22

2009년 8월 9일(일) 혜화동 소재 한국시문화회관에는 여름 캠프를 가려는 학생,일반인들과, 시인 선생님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11시가 조금 넘어서야 겨우 출발을 할 수 있다. 두 대의 대형버스는 빈 자리가 거의 없이 만원이었고, 젊은 학생들의 열기로 분위기는 젊음의 향기가 가득하였다.

서울을 빠져나와 경부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리다는 버스는 오랜만에 경주를 하듯이 가볍게 몸을 풀며 미끄러져간다. 준비된 도시락을 입으로 맛을 보며 한 가지 한 가지 음식맛을 보면서 가끔 창밖에 변하는 낯익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도로가 몇 번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덧 시원한 모습으로 늘씬한 허리를 자랑하며 서 있는 서해대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가 서해대교를 더 아름답게 받쳐주고 있었다.

오산, 평택을 지나 서산으로 접어드니 꽃지 해수욕장이 멀지 않은것 같았다. 2007년에도 꽃지 해수욕장에서 여름캠프를 가진 적이 있었다.

정현종 시인, 김종원 시인, 윤후명 작가, 김영승 시인, 공광규 시인, 함민복 시인, 이기철 시인, 그리고 필자(지성찬)등이 함께 하였다. 행사때마다 참석했던 오세영 시인이 불참했고, 전에 종종 참여했던 민용태, 전상국, 이탄, 이생진 시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월간 스토리문학 9월호 메인스토리 작가로 윤후명 작가를 취재하기로 하였다. 윤후명 작가는 연세대 철학과 출신으로 나의 대학 4년 후배가 되기도 한다.

둘째날 오전에는 학생들을 위한 백일장이 있었고, 점심시간 무렵까지 해변에서 씨름대회가 열렸다.

선생님들의 진지한 말씀에 학생들은 한 마디도 떨어뜨리지 않고 가슴에 담을려고 하였다. 마지막 날(8월 10일) 밤의 맨 끝 순서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해서 행복을 찾아라", "1000권쯤 책을 읽으면 한국에서는 빠지지 않는 인물이 될 것이고, 3000권쯤 읽으면 세계적인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망초꽃 핀 언덕에 서면", "삼강나루, 그 주막" 시조 2편을 낭독해 주었다. 듣고 있던 모든 사람이 열광하였다. 김경민 관장이 말하기를 "비오는 날에 시조를 듣는 정취가 좋다"고 하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학생들의 장기자랑, 연극 공연이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되었다.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의 그림이 될 것이다. 이런 추억을 만들어주는 한국시문화회관은 돈으로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참가한 학생들은 선택된 행복한 사람이다.

떠나오면서 학생들에게 말하기를 "여러분들의 앞날에 영광과 축복이 함께하기를 빈다"고 하였다.

그렇게 2009년 여름도 가고 있었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시상식과 함께 내용을 점검해보는 중요한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뿌린 문학의 씨앗이 먼 훗날 문학의 큰 나무로 성장하리라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면서 믿음으로 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김경민 관장의 예술철학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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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꽃 핀 언덕에 서면


         지 성 찬


내 유년 높이만한 망초대 그 사이로

실바람 긴 꼬리를 흔들며 노닐 때면

다시금 살아서 오는 그 연두빛 편지 한 장


도랑물 둑을 따라 충만하게 흘러가고

무섭게 번져가는 초록빛 혼령으로

망초꽃 그렇게 핀다네, 가을을 예감하며


앉아서 그 눈 높이로 조용히 바라보면

망초꽃 그 사이로 교회 종탑도 보이네

종소리 끊긴지 오래된 내 유년의 좁은 층계여


가을이 오기 전에 망초꽃도 다 지고나면

이 언덕에 무슨 꽃을 다시 피워볼 것인가

망초꽃 그 마저 없는 하늘, 더 없이 허전하리니

(시조세계 2008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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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三江나루, 그 주막酒幕


    지 성 찬


수많은 민초들이 밟고 간 빈 나루에

낡은 배가 쇠말뚝에 밧줄로 묶여 있네

가끔씩 먼지바람에 풍문風聞만 쌓여가고


회화나무 굽은 가지 하늘을 붙들어도

긴 세월에 남은 것은 썩은 삭정이뿐

육중한 뼈대로 하는 말, 눈빛으로 알겠네

    

삼강주막三江酒幕 부엌에는 무쇠솥이 걸터앉아

주인을 땅에 묻고 홀로 남아 무엇 하나

언제쯤 새 주모酒母를 만나 한 세상을 끓여보나


거덜 난 팔자 같은, 타다 남은 숯검뎅이

인생은 타고 또 타는 기름 같은 장작 같은

모두가 타버리고도 아쉬움은 재가 되고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그대 가는 길을 안다고도 말하지 마라

술에나 취하지 않고는 저 강을 건널 수 없네


여기 삼강三江나루 쉬어가는 나그네여

사랑은 풀꽃 같은 것, 풀꽃처럼 떠나셔도

천여 필 옥색玉色 비단을 끊고 갈 순 없겠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 삼강.

 

(2009 시조시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