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땀으로 꽃을 피우는 시인(스토리문학 4월호,2009)
-임성용 시인에 대하여
임영석
삶의 패배는 용기를 잃고 살아갈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며 살아왔다. 삶을 살면서 세상에 지지 않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살아야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루 하루의 실천적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어디 노력만으로 자기를 스스로 잘 지키며 이 세상을 쉽게 살아 갈 수 있느냐는 생각도 든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의문을 스스로 떨쳐 버릴 때, 삶의 길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을 느껴야 하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이러한 의문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재생산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삶은 육체적 노동을 통해 정신적 건강과 지위를 얻는다. 육체적 노동 없이 살아가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노동자라 함은 생산에 관여된 사람, 또는 임금을 받고 고용된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농경 사회나 산업 사회에서 육체적 노동의 대가로 반대급부를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을 노동자라 한다. 그 노동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시를 쓰는 시인 중에서 임성용 시인은 노동의 땀방울로 삶의 하늘 공장을 만들어 가는 시인이 아닌가 한다.
노동의 땀방울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값진 보배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수긍하는 생활철학이다. 그러나 더 많은 자본의 잉여가치를 위해 땀방울에 맺힌 소금기까지도 아까워 초 단위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비정규직이라는 사슬로 묶어 이윤의 극대화로 몰아간 나머지, 이 세상에 또 다른 갈등의 꼭짓점을 형성해 놓고 말았다.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삶의 원리는 퇴화한 사람의 꼬리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세상. 이러한 사회구조와 현실 속에서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야 참된 사람인가라는 것은 과거 역사와 자연의 이치가 이를 잘 조명해 주고 있다.
임성용 시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는 사회현상에 대하여 모순된 노동의 현장과 현실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고발하며, 정의하고 있다. 왜, 하늘 공장을 만들어야 하고, 왜 노동의 땀방울이 아름답게 빛이 나는가를 말하고 있다. 임성용 시인의 다음 두 편의 시는 그의 삶에 가시 같았던 세월의 아픔과 절망을 희망으로 포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간절하고 절실하게 배어 있다
하늘공장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 먹이고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하늘공장의 예배당에서는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힘없이 잘린 모가지를 껴안고 천천히 해찰하며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지상에 놓인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임성용 시집 "하늘 공장" (삶이 보이는 창) 에서>
유리공
유리집 기사가
유리를 자른다
한쪽 팔목이 없지만
능숙한 솜씨로 재단칼을 놀린다
묻지 마라, 그의 손놀림 앞에서
어찌하여 불구가 되었느냐고
잘린 유리보다 날카롭게 빛나는
똑바로 일직선을 바라보는
저, 숨이 멎는 집념과 집중
오로지 그 눈빛을 바라보아라
<임성용 시집 "하늘 공장" (삶이 보이는 창) 에서>
무엇이 임성용 시인에게 하늘 공장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하였는가. 이 지상의 공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칼바람을 맞으며 천막농성을 해야 하고, 높은 굴뚝에 올라가 굴뚝 농성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하늘 공장에서는 그러한 삶의 차별이 없는 평등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사람에게 노동의 가치는 먹고 사는 권리이다. 그러한 삶의 권리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죽음을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삶의 권리를 평등하게 향유하고 싶은 열망이 임성용 시인에게 하늘 공장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과 믿음을 갖게 했을 것이다
또한 유리공은 하늘 공장보다 더 날카로운 삶의 눈빛을 발하고 있다. 한쪽 팔이 없는 유리공이 유리 작업을 통해서 많은 땀과 눈물에 젖었을 것이며, 얼마나 힘든 세월을 지내 왔을까 생각해 보면 짐작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어떤 환경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용기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다가설 수 없는 일이다.
시라는 게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의 발자국이 아닌가. 자기 발자국도 뒤돌아보지 않고 먼 산만 바라보는 생각으로 채워진 시가 풍년이든지 오래다. 적어도 시란 자기 양심이 출발점이 되어야 하고 또 시적 토양과 기초가 되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잘못이 후대의 삶을 더 비참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희생을 게을리 하고 이상적 평등을 찾을 수는 없다. 임성용의 시는 자기희생으로부터 삶의 평등을 확보하려는 노동자의 가치관을 바탕에 두고 있으며, 미래의 노동자들은 하늘 공장과 같은 일터에서 안전하고 보람된 삶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과 이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 소중한 만큼 삶의 일터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희망과 비젼을 제시하며 새 시대를 열어가는 시인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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