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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석의 껍데기(시집<거짓말이다>중에서)

설정(일산) 2009. 11. 7. 11:59

껍데기

 

 유 원 석

 

입 벌리지 못하고 떨어진 밤송이같이

알맹이 없어,

말라 시들어 흔들거린다

세상 삶 켜켜이 싸여

가진 것 너무 많아

욕심의 궁리를 헤매다가

꿈마저 저버리고 잠 이루지 못하는

껍데기인 내가 가는 길

오물로 꽉 들어차 너무 무거워

날기는 커녕 기어가기조차 안 된다

 

쇠망치로 껍데기를 깨야 하는데

벌써 해는 산마루에 걸렸다.

 

깨지지 않는 나를

한 켜 한 켜 벗기면

모래알 같은 하얀 알맹이라도 하나 남을까

바스러지도록 몸서리친다

 

파도가 닿지 못하는 마른 모랫바닥

껍질만 남은 투명한 소라의 고동 소리

아득한 파도소리에 어울져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