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유 원 석
입 벌리지 못하고 떨어진 밤송이같이
알맹이 없어,
말라 시들어 흔들거린다
세상 삶 켜켜이 싸여
가진 것 너무 많아
욕심의 궁리를 헤매다가
꿈마저 저버리고 잠 이루지 못하는
껍데기인 내가 가는 길
오물로 꽉 들어차 너무 무거워
날기는 커녕 기어가기조차 안 된다
쇠망치로 껍데기를 깨야 하는데
벌써 해는 산마루에 걸렸다.
깨지지 않는 나를
한 켜 한 켜 벗기면
모래알 같은 하얀 알맹이라도 하나 남을까
바스러지도록 몸서리친다
파도가 닿지 못하는 마른 모랫바닥
껍질만 남은 투명한 소라의 고동 소리
아득한 파도소리에 어울져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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