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의 무게 외 1편
이 동 백
영원의 어느 숲길을
동행했을지도 모를
참꽃 어린 꽃잎을
만나고 돌아오던 날
햇살이 내 야윈 그림자를
엄혹하게 흔들었다.
별들이 고드름처럼 얼어
하늘에 매달렸던가?
문득 그 흔들림은
불면의 밤을 찾아들어
내 늑골 깊숙한 곳에
불지 못할 바람을 새겼다.
영원의 어느 길목에서
원수였을지도 모를
내 껍질에 내가 싸여서
어둠의 숨소리 깊게 듣는데,
자존을 지키는 마음이
손톱만도 못하다.
안경
홀로 깊어가는 밤
우연히 안경 속에서
유년의 겨울 언 강에
노을 깔아 썰맬 타는
소년의 마른 어깨가
이슴아슴 걸어 나왔다.
약력 :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수몰지의 낮달’(1996년), ‘동행’(2007년)
안동 문협 지부장 역임, ‘오늘’ 동인
출처: 스토리문학 6월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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