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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백의 손톱의 무게 외 1편

설정(일산) 2010. 6. 4. 15:48

손톱의 무게 외 1편

 

이 동 백

 

영원의 어느 숲길을

동행했을지도 모를

참꽃 어린 꽃잎을

만나고 돌아오던 날

햇살이 내 야윈 그림자를

엄혹하게 흔들었다.

 

별들이 고드름처럼 얼어

하늘에 매달렸던가?

문득 그 흔들림은

불면의 밤을 찾아들어

내 늑골 깊숙한 곳에

불지 못할 바람을 새겼다.

 

영원의 어느 길목에서

원수였을지도 모를

내 껍질에 내가 싸여서

어둠의 숨소리 깊게 듣는데,

자존을 지키는 마음이

손톱만도 못하다.

 

 

 

 

 

 

 

 

 

 

안경

 

홀로 깊어가는 밤

우연히 안경 속에서

 

유년의 겨울 언 강에

노을 깔아 썰맬 타는

 

소년의 마른 어깨가

이슴아슴 걸어 나왔다.

 

 

 

 

 

 

 

약력 :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수몰지의 낮달’(1996년), ‘동행’(2007년)

안동 문협 지부장 역임, ‘오늘’ 동인

 

 

출처: 스토리문학 6월호,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