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산문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사람이 부자다

설정(일산) 2012. 1. 20. 08:40

사람의 마음을 사는 사람이 부자다.

 

지성찬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물상들과 자연현상을 통해서 사람들은 인간의 실존의 문제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사람들은 온 세상이 자기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 자기가 점유하는 공간은 자기의 몸뚱이가 점유하는 공간이 전부이다.

새들은 알을 낳아 양육하는 기간에만 둥지가 필요하고 그 후에는 둥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둥지가 필요 없으니 둥지에 매일 필요도 없고 자유롭게 어디로든 날아다닐 수가 있다. 시베리아 추운지방에서부터 남쪽의 열대지방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지역이 새들의 집인 셈이다.

비가 세차게 오던 어느 날 밤, 화장실에 갔더니 작은 창문 유리를 통하여 비를 피해 앉아 있는 새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창문이 뿌연 유리여서 어떤 종류의 새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비둘기보다는 약간 큰 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에도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침 새벽녘에 일찍 자리를 떠나버리곤 하였다.

그 넓은 하늘을 비상하던 새도 비오는 밤에는 자기의 몸을 의지할 작은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밤에 창문에서 밤을 보냈던 새는 날아가 버렸고 그 새가 있던 공간에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빈 공간뿐이었다.

그 밤에 새가 와서 밤을 지새웠다고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아래의 시조를 썼다.

 

비바람 부는 저녁 새 한 마리 찾아와서

처마 끝에 홀로 앉아 어둔 밤을 지새웠네

새처럼 우리네 인생도 잠시 왔다 가는 것을

 

새가 앉아있던 창문을 다시 본다

앉았던 그림자도 흔적도 없는 자리

투명한 빛만 가득한 끝없는 빛의 둘레

 

그렇다

사람도 새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거처하는 공간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의 공간이지만 내가 없을 때에는 아무도 나의 존재에 대하여 기억하거나 알아 줄 사람이 없다.

그러하기에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이 반갑고 귀하다. 이 넓은 세상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일생동안 한 사람이 만나서 좋은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은 그 수가 매우 적다.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토지와 건물을 사지만 결코 자기의 것이 되지 못하나 사람의 마음을 사면 이 보다 더 큰 부자는 없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산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와 석가모니 등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들였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들일 것이다. 무엇으로 사람의 마음을 산 것일까. 그것은 사랑과 진리의 말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사랑과 진리는 결코 없어지지 아니한다. 자기 소유의 재물로 사랑을 사서 나누어 준다면 이 보다 더 큰 부자는 없을 것이다. 참다운 부자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사람이다.

보이는 것은 변하고 일시적이고 없어지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것은 영원한 보석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