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산문

겨울피리

설정(일산) 2012. 1. 20. 08:41

겨울 피리

 

지 성 찬

 

겨울새 집을 짓는 겨울강은 깊어갔다

갈대는 잠 못 들어 겨울피리 외로 우는

사향思鄕도 아픈 노래여, 겨울새가 떨고 있네

 

비수에 깊이 찔린 겨울강 피리소리

갈대여, 숨죽이며 토혈吐血하는 겨울 갈대여

급류急流에 떠내려가는 달, 차마 볼 수 없겠네

 

갈대마저 꺾여버린 무력無力한 들녘에서

한겨울 나그네 새여 이 하늘 어이 날거나

강물도 얼어붙어서 피리소리 떠나겠네

 

<유소년 시절의 안성천(경기)은 흰모래에 맑은 물이 충만하게 흘러갔었다. 그 여름의 초록빛 근육, 새와 각종 벌레들 소리의 합창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적막의 휘장이 내렸던 겨울. 눈에 덮인 산과 들, 얼어붙은 강줄기, 어린이 보다 키가 컸던 갈대가 서걱이는 강변에는 겨울새들이 햇볕을 받으며 겨울을 보냈다. 어쩌면 쓸쓸하기에 아름답고, 모든 것을 버렸기에 더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그 유년의 겨울강으로 달려가고, 거기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무성영화無聲映畵처럼 뚜렷하게 돌아간다.

세월은 많이 흘러서 모든 것이 변한 고향, 되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뒤안길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비극적 미학으로 표현된 것이「겨울 피리」다. 이종록 선생이 이 시조를 작곡(테너 최재영 노래)하였다. 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