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서 시들지 않는 꽃을 피우기 위하여
-권도중 시인의 시집 『낮은 직선』을 읽고
지 성 찬
이번에 상재한 그의 시집『낮은 직선』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창작을 중단하였던 권도중 시인이 근자에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하여 좋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오랜 시간의 침묵은 결코 창작의 중단이 아니라 창작의 준비기간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누에가 고치 속에서 긴 잠을 자고 난 후에 고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비상하듯이 권도중 시인의 긴 잠을 자던 시간도 시창작에 유익한 세월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지난날에 대하여 잘 표현한 작품 중의 하나가『억새꽃처럼』이란 작품이다.
간절함 다스려 참아야 함을 압니다
억새꽃처럼 다 날려 보낸 지난날이
허물과 후회만 남긴 언덕으로 있습니다
(『억새꽃』중 첫째 수)
지난 날 권 시인이 경제 사회 활동을 통하여 깨달은 것은 <허물과 후회의 언덕에 서 있는 실존>이었다고 여겨진다. 바람이 모든 것을 날려 보냈고 그 바람은 지금도 그 언덕에 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의 작품에서 ‘바람’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 중의 하나다. 이 ‘바람’은 세월을 의미하기도 하고, 아픔을 의미하기도 하고, 허무한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 바람은 세월 속에서 ‘꽃망울’이 되기도 하고 ‘가슴에 맺힌 망울’이 되어 때로는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기도 한다.『바람의 모습』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바람이 가다가 맺히면 망울 되고
아름다운 생각 만나 피어나면 꽃이다
흘러서 가는 바람은 아픔 속도 지난다
(『바람의 모습』중 첫째 수)
권 시인은『민들레꽃』작품에서 ‘그래도 우리 인생은 꽃길을 가는 것’이라고 그의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꽃을 좋아하고,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낮은 직선』시집에는 총 81편의 시조가 게재되었는데 그 중에 꽃을 언급한 작품이 28편이었다. 꽃을 좋아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권 시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시인이다. 그의 마음은 비단실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고 따듯하다. 그의 시는 그의 마음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고 따듯하다. 하지만 그 비단실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강인함도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민들레’처럼 쓴 뿌리와 잎을 통하여 피운 노란 민들레꽃처럼 권 시인의 비단실은 세월 속에서 피운 아름다운 꽃이며 동시에 본래부터 타고난 성품이다.
권 시인은 시 창작에 있어 매 작품마다 실패하지 않는 노련함과 능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문단에서 경험한 것은 “좋은 작품은 우연히 창작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많이 창작하다 보면 그 중에서 요행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시는 시의 맛을 내게 하는 장치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의 작품에서 동원되는 언어는 “쓸쓸함” “약함” “공허함”을 분위기 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낮은’ ‘바람’ ‘야위다’ ‘지다’ ‘구름’ ‘그림자’ ‘저물다’ ‘무너지다’ ‘억새꽃’ ‘허물’ ‘슬픈’ ‘쓴맛’ 등의 언어들이다. 권 시인이 인생은 ‘허물’과 ‘후회’로 가득하다고 했듯이, 인생은 약하고 아주 작은 존재임이 분명하고 이를 대변하여 표현할 수 있는 언어들이 이와 같은 언어들이다. 권 시인은 시조 창작의 좋은 모범을 이번 상재한 시조집『낮은 직선』에서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 시조집은 시조문단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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