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1 구름 속에 해가 있다
느닷없는 소나기를 정거장에서 피했는데
버스는 빗속에서도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잠시 뒤 비는 그치고 구름 속 해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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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 억새꽃이 또 피었네
초가을 억새꽃이 은銀실로 피어났네
그 무슨 세상살이 그리도 신이나서
춤추며 하늘을 돌리는 철부지 같은 바람
꽃은 피워 무엇하나 질 때를 네가 아느냐
언제나 변두리에 쓸모없는 비탈에서
그 누가 반길 거라고 올해도 피었구나
수없이 피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진달래 개나리보다 억새꽃이 좋다는 가을
시절이 변하고 보니 사람들도 변하느니
(나래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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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 세상살이 2010
삼십년 끼고 살던 벽시계를 내다 버렸다
상면相面 유리 깨어져 금이 간 상처에도
아직도 흐르는 세월을 잘도 세며 살고 있다
받을 때와 버릴 때가 다른 것이 세상살이
그렇게 오고 가고 순환하는 법칙으로
오늘도 버리기 위해 물상物像들을 또 만난다
(부산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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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 죽은 나비의 꿈
수북히 번데기를 쌓아놓고 팔고 있네
나비의 꿈 못 이루고 어린 벌레로 죽은 몸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서운 삶의 현장
누에 눈에 비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살던 집 몽땅 빼앗고 목숨까지 앗아갔으니
참으로 못할 짓인 거 생각조차 못한다
(2011 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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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 들풀처럼 그렇게
풀들은 들녘에서 잘도 어울려 산다
큰 풀이나 작은 풀이나 서로 서로 양보하고
큰 풀은 바람 앞에서 방패역을 자청하며
꽃이 피면 서로 웃고 흔들리면 받쳐주며
어깨를 맞대고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서리가 내릴 즈음엔 스스로 몸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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