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구름 속에 해가 있다 외 4편

설정(일산) 2013. 2. 1. 07:53

10-71 구름 속에 해가 있다

 

느닷없는 소나기를 정거장에서 피했는데

버스는 빗속에서도 손님을 실어 나르고

잠시 뒤 비는 그치고 구름 속 해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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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2 억새꽃이 또 피었네

 

 

초가을 억새꽃이 은銀실로 피어났네

그 무슨 세상살이 그리도 신이나서

춤추며 하늘을 돌리는 철부지 같은 바람

 

꽃은 피워 무엇하나 질 때를 네가 아느냐

언제나 변두리에 쓸모없는 비탈에서

그 누가 반길 거라고 올해도 피었구나

 

수없이 피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진달래 개나리보다 억새꽃이 좋다는 가을

시절이 변하고 보니 사람들도 변하느니

(나래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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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 세상살이 2010

 

 

삼십년 끼고 살던 벽시계를 내다 버렸다

상면相面 유리 깨어져 금이 간 상처에도

아직도 흐르는 세월을 잘도 세며 살고 있다

 

받을 때와 버릴 때가 다른 것이 세상살이

그렇게 오고 가고 순환하는 법칙으로

오늘도 버리기 위해 물상物像들을 또 만난다

(부산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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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 죽은 나비의 꿈

 

수북히 번데기를 쌓아놓고 팔고 있네

나비의 꿈 못 이루고 어린 벌레로 죽은 몸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서운 삶의 현장

 

누에 눈에 비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살던 집 몽땅 빼앗고 목숨까지 앗아갔으니

참으로 못할 짓인 거 생각조차 못한다

(2011 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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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 들풀처럼 그렇게

 

풀들은 들녘에서 잘도 어울려 산다

큰 풀이나 작은 풀이나 서로 서로 양보하고

큰 풀은 바람 앞에서 방패역을 자청하며

 

꽃이 피면 서로 웃고 흔들리면 받쳐주며

어깨를 맞대고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서리가 내릴 즈음엔 스스로 몸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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