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I
-눈내리는 길로 오라
홍윤숙
눈내리는 길로 오라
눈을 맞으며 오라
눈 속에 눈처럼 하얗게 얼어서 오라
얼어서 오는 너를 먼 길에 맞으면
어쩔까 나는 향기로이 타오르는 눈 속의 청솔가지
스무 살 적 미열로 물드는 귀를
한 자쯤 눈 쌓이고, 쌓인 눈밭에
아름드리 해 뜨는 진솔길로 오라
눈 위에 눈같이 쌓인 해를 밟고 오라
해 속에 박힌 까만 꽃씨처럼
오는 너를 맞으면
어쩔까 나는 아질아질 붉어지는 눈밭의 진달래
석 달 열흘 숨겨온 말도 울컥 터지고
오다가다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설레는 눈길 위에 자라온 꿈
삼십 년 그 거리에
바람은 청청히 젊기만 하고
눈발은 따뜻이 쌓이기만 하고
박우물
홍윤숙
새벽이면
삼단 같은 머리채
빗어 올리던
우리네 어머니의
동양의 하늘같은
맑은 물거울
그 또 할머니가
아침 해에
비쳐 보던
수심(愁心)의 물거울
삼베치마
아슥한
기다림의 물가에
존존히 이어가던
고향의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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