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원무현
아버지
뽕밭에 묻어야 했던 날
나와 어린 동생은 장맛비 속에
하염없이 고개를 꺾었지요
바람 앞에 촛불처럼 겨우 붙어 있던 목
추스르신 어머니
아픈 목을 쓸어안으며
팍팍한 세상 잘 떠났지 뭐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사람은 살아야지
팽! 코를 푸실 때
쪼개진 구름 사이에서
색종이 같은 햇살이 쏟아져 내렸지요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얘들아 해바라기 같은 내 새끼들아
고개 빳빳이 세우고 저기
저기 해 좀 보아
아무리 보아도 어머니
어머니 눈엔 아버지 얼굴만 떠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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