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문단의 평가

J 목사님으로 온 편지

설정(일산) 2010. 4. 2. 07:04

 

 

장로님 J 목사입니다.

어제 수요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보내주신 책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정겹고 그리운 정에 일순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다른 일정들을 잠시 미루고

장로님의 노작들을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부활절 칸타타에서 구속역사에 대한

장로님의 안목을 뵈면서 경탄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하면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한 호흡으로 관통하는

핵심되는 복음의 요체를 소개해 보고자 애쓰지만

드넓은 말씀의 숲에서 핵심을 추려내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아는 까닭에

신앙고백과 구속의 역사를 아우르신

아름다운 가사들이 귀하고 귀했습니다.

 

대화동 일기는 눈시울을 적시며 읽었습니다.

평생을 걸어오신 삶의 고백이 고스란히 담긴 시들에서

장로님의 표정과 눈빛과 걸음걸이가 선명하게 떠올라

그립고 애잔했습니다.

'고물 자전거'를 읽으며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

장로님의 고백에 공감되어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고물 자전거

 

나 같은 고물 자전거로

호수공원에 간다

 

오늘 보는 태양은 내 것이려니와

 

청량한 아침을 마시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부품 많은 좋은 기계는

고장도 많이 나지만

 

간단한 자전거는 고장 날 일이 없다

 

인간사 다 털어 버리면

새처럼 날아가리

 

 

'월파정의 밤'도 울먹울먹하며 읽었습니다.  

제게는 시보다도 장로님이 먼저 다가오시는 까닭에

달빛드는 호수공원 정자 위에서 고독한 상념에 잠기신

그 모습이 사뭇 적막해 보여서 그랬습니다.

시는 너무 좋았습니다.

장로님이 모르는 타인이시고 시만 접했다면

제 자신이 그 월파정에 앉아

하염없이 상념에 잠기며 음미하고 싶은...

 

 

'새에 대하여'도 마음에 확 꽃혔어요.

 

새에 대하여

 

하늘을 내 집처럼

신나게 날아다녔다

 

꽃도 있고 물도 있는

집에도 가봤지만

 

황혼에 쉬어갈 자리

나무 가지 하나였다.

 

요즘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중 하나가

앞으로 완성해 가고 싶은 제 모습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거든요.

일용할 양식에 옷 한 벌 걸치고 있고

읽고 묵상할 성경책 한 권 가지고 있으면

아무 것도 아쉬울 것이 없고

하루가 길거나 지루하지도 않을

그런 종류의 충만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황혼에 쉬어갈 자리

나무 가지 하나였다.

 

주께서 허락하시는 그 편안한 마음에

저도 도달할 수 있기를 소원해봅니다.

 

 

'산을 오르면서'는 목회사역의 지침으로 삼을 겁니다.

 

산을 오르면서

 

산을 오르는데,

곧은 길은 없더라

바위를 만나면

옆길로 돌아야하고

벼랑을 만나는 날엔

뒤로 물러서야 하는데

 

가시넝쿨 길을 막아

갈 수 없는 외길에서

한 가지 또 한 나무를

잘라내어 새 길도 내며

저만치 산정이 보이는,

하늘 끝을 향하여

 

 

지나온 체험들도

구불구불 울퉁불퉁 험했구요

앞으로 갈 길도 그렇게

만만치 않겠지만

하늘 끝을 향해서

한 걸음씩 길을 내면서

끝까지 잘 걸어가겠습니다. 

 

가까이 뵐 때 늘 다정하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시던 그 음성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래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기도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기꺼이 그렇게 해 주실 거죠? 

 

저도 장로님께 보내드릴

작은 선물이 마련되기를 원합니다.

책 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일생을 20회의 설교로 꾸민

제 첫 번째 책이 나오면

장로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찍어낼 것은 아니구요

그냥 문구점에서 복사해서

스프링으로 제본하는 책이 말이예요.

그래도 내용을 다듬고 또 다듬어도

마음에 흡족하지 않아서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고 있어요.

 

보시고 '우리 J목사 참 잘했어'

틀림없이 격려해 주실 장로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벌써 행복해집니다.

열심히 다듬어서 받아든 사람 누구에게나

작은 유익을 끼치는 내용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봄이 돌아와 좋긴 하지만

아직은 날씨가 변덕스럽고 

황사 바람이 잦으니   

부디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J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