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비우다 외 1편
김 종 빈
하루에도 몇 번씩 온탕에 몸을 씻고
원색의 불빛 아래 호명을 기다린다
오늘은 누구 입술을 얼마쯤 받아내야 하나
파장의 불 꺼진 창가 맘 닦고 있는 걸까
쨍그랑, 생을 그어 벗고 싶은 고단함이
유리벽 그 안에 갇혀 파랗게 떨고 있다
가다보면 깨지는 것 어디 너 뿐이랴
툭 던진 화두에도 절로 금간 날들이
너와나 야위며 놓은 빛나는 파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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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늦도록 야근을 하고 허둥지둥 돌아오면
만성이 된 아내는 눈인사가 전부다
가만히 지친 어깨로 식은 가슴을 안는다.
몇 가지 푸성귀와 된장국에 밥을 먹다
잔털 보송한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파르르 온몸을 떠는 나는 한 마리 벌레
오늘도 쫓고 쫓기다 스스로 저문 하루
꽃무늬 이불속 억지 잠을 청하며
그 짠한 꿈길을 밀고 어디만큼 온 걸까
온몸이 풀리고 생각조차 바닥날 때 쯤
비로소 가벼워진 신발 끈을 조이고
복사꽃 환하게 올릴 묘목 한그루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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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빈 약력
199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4년 <시조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2001년 제2회 마한문학상 , 2009년 제3회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시집 <순환열차> <냉이꽃>
현) 가람기념사업회 사무처장
출처: 스토리문학 2010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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